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출 규모는 1640억 달러(약 237조 원)에 달하며 3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 6725억 달러(약 975조 원)를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대출 시장이 마침내 반등의 기지개를 켠 것이다.
실제로 M&A 시장은 이미 활기를 띠고 있다. 호주에서는 퍼시픽 에쿼티 파트너스의 SG 플릿 그룹 인수를 위한 8억 호주 달러(약 7265억 원) 규모의 대출이, 미국에서는 피바디 에너지의 앵글로 아메리칸 석탄 광산 인수 자금 재융자를 위한 21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대출이 진행될 예정이다. 인도에서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가 30억 달러(약 4조3500억 원), 슈리람 파이낸스가 12억8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모색 중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120억 싱가포러 달러(약 12조7600억 원) 규모 대출은 싱가포르 금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규모 면에서 뿐 아니라, 관광 및 레저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DBS, OCBC, UOB, 메이뱅크 등 싱가포르 주요 은행들이 이 대출에 참여하는 것은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대출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채권(딤섬 시설)을 발행하는 경우가 2024년에 4배 이상 급증하며 기록적인 587억 위안(110억 싱가포르 달러)에 달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아밋 라크와니는 "중국의 대출 활동은 주로 재융자, 자본 지출, 성장 자금조달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딤섬 시설 발행 급증은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과도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아시아 태평양 대출 시장은 긍정적인 요인과 함께 불확실성 또한 안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 중국경제의 불안정성 등은 여전히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의 긴축 움직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아태지역 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M&A 시장의 활황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며, 저금리 기조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인프라 투자, 신재생 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대한 자금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 태평양 대출 시장의 미래는 각국의 경제 상황, 금융 정책, 그리고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과 금융 기관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각국의 경제 지표, 정부 정책, 기업 실적 등을 면밀 분석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