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는 10일께 미국 기업들이 독단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수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을 경쟁국에 양도하지 못하도록 신규 규제 조처를 발표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동맹국들이 제한 없이 AI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적성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 계획을 발표한다.
미국은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에 출하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에 한도를 설정하려고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바이든 정부 인사들에게 새로운 규제 조처로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옥스만 회장은 “중대하고, 복잡한 규정 이행을 강행하면 엄청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AI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포함한 40여 개국에 첨단 AI 칩을 판매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판매한 제품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한국 AI 반도체 기업도 사우디 등 일부 국가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 제품을 판매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를 받는 국가 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우회 수입 경로를 확대해 왔다. 미국은 이런 우회로를 통해 GPU 등 AI 사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가 중국에 지속해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중국이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HBM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다. 미 상무부는 수출 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말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범용 반도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출범하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3일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이를 통상법 301조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