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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로 사회’ 변화 조짐..."젊은층 주도로 근로시간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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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로 사회’ 변화 조짐..."젊은층 주도로 근로시간 감소“

연간 근로시간 1626시간으로 유럽 수준...임금은 25% 상승
최근 일본은 근로시간은 감소하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일본은 근로시간은 감소하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의 오랜 과로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과로사(過勞死·가로시)'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리크루트 웍스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00년 1839시간에서 2022년 1626시간으로 11.6% 감소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도 2000년 46.4시간에서 2023년 38.1시간으로 줄어 유럽 수준에 근접했다.

이러한 변화는 세대교체가 주도하고 있다. 홋카이도 분쿄대학 마코토 와타나베 교수는 "젊은이들은 회사를 위한 자기희생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으로 젊은 직원들의 협상력이 커진 것도 주요 요인이다.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졸업 전부터 대학생 채용에 나서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이직도 수월해졌다.
근로시간이 줄었음에도 20대의 임금은 2000년 이후 25% 상승했다. 무급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쿄 주오대학 츠지 이즈미 교수는 "젊은 층은 야망보다 안정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2022년 과로 관련 자살자는 2968명으로 전년(1935명) 대비 증가했다. 2023년에는 과로로 인한 건강문제로 54명이 사망했으나,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근무시간 감소와 워라밸 개선이 과로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직장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과로 문화 변화는 유사한 근로 환경을 가진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근로문화 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한국도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본의 근로시간 감소 사례는 의미 있는 참고가 된다"며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고려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영학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업들도 근로 환경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젊은 세대의 일과 삶의 균형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이 인재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로로 인한 건강문제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의료적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과로 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문화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