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뉴욕 시장 초반 4.73%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2023년 10월 고점인 5%를 겨냥한 추가 상승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영국의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4.82%까지 상승하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치 지형의 혼란 및 정부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어우러지면서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임계치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긴축이 시작된 이래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이 1%를 돌파했다. 이는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꾸준한 매도세가 포착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및 감세 공약이 전 세계 교역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증가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말보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에이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성장 및 차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에 대한 극심한 불확실성이 미국 국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날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에서 강력한 수요를 확인한 뒤 국채 금리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너진 금리 인하 기대감
불룸버그는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경제 지표 발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중반 이전에 금리를 다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했다.
의사록은 "거의 모든 위원이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CME 그룹의 페드워치에서도 연준이 이달 하순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4%로 반영했다. 오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도 63.1%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연준이 기준금리 ‘빅컷(50bp 인하)’을 단행한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히려 1%포인트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문디와 씨티 웰스 및 ING와 같은 금융회사들은 미국 국채 수익률이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음 타겟은 5%
옵션트레이더들은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의 다음 주요 목표치로 5%를 제시하고 있다. 2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이미 5%에 도달했고,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5%를 살짝 밑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선물의 미결제 약정 데이터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새해 들어 매일 더 높은 수익률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영국 프라이빗 뱅크 쿠츠(Coutts)의 릴리안 초빈 자산 배분 책임자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에 도달하는 것을 분명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매우 큰 재정 적자로 인해 위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미국 정부가 1190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서 매물 부담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발행 수익률이 4.913%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레디트 사이트의 재커리 그리피스 투자 등급 및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는 ”이번 입찰에서 입찰 당시 시장 금리보다 약간 낮은 수익률에 매각이 결정됐다는 측면에서 그나마 좋은 수요의 조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채권 시장은 9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으로 조기 폐장되면서 잠시 숨을 고를 전망이다.
이어 10일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12월 고용지표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