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값 급락·운영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 페라리·BMW 대비 리스크 상승"
포르쉐가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으로 주력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의 대규모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포르쉐는 2024년형 타이칸에 대해 최대 2만2500달러의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오일 프라이스’가 보도했다.이번 가격 인하는 리스 인센티브 7500달러와 매칭 할인 1만5000달러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타이칸은 여전히 연간 운영비용 기준으로 대체연료 차량 중 가장 비싼 모델로 조사됐다고 iSeeCars는 밝혔다.
포르쉐의 실적 부진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포르쉐의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 이상 감소했으며, 2022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페라리,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경쟁사들보다 높은 리스크 전망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급격한 판매 감소가 포르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엘 레빙턴 애널리스트는 "포르쉐의 1년 채무불이행 위험이 지난 7월 매출 전망 하향 조정 이후 거의 3배로 증가했다"며 "이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회사의 리스크 프로필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금융 부문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포르쉐의 금융 사업부 이익은 2024년 약 3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 정점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다. 자동차 부문이 올해 53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중국 시장에서의 침투율 하락, 높은 신용위험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익성은 메르세데스와 BMW를 하회하고 있다.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포르쉐는 경쟁사들에 비해 열위에 놓여있다. 포르쉐의 단독 신용도는 A2로 메르세데스와 BMW보다 한 단계 낮으며, 모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의 복잡한 조직구조도 ESG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포르쉐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이다. 모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독일 제조업 전반의 불황은 유럽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쉐가 럭셔리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평가기관들로부터 일반 자동차 제조사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는 회사의 재무적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뚜렷한 레버리지 목표와 배당정책의 부재도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르쉐의 중국 시장 부진과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한국 전기차 시장에 중요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의 판매 부진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고가 전기차보다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 확장 시 가격 전략을 신중히 검토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타이칸의 중고차 가격 급락과 높은 운영비용 문제는 한국 전기차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효율성 향상과 정비 비용 절감, 그리고 중고차 가치 하락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의 전기차 산업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시장의 현실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