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지원 받아 오픈랜 기술 도입...4000만 가구 고속통신망 공급 목표
일본의 통신·전자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통신 시장 공략에 나선다. NTT 도코모와 NEC는 9일(현지시각) 합작회사 오렉스 사이(Orex Sai)를 통해 인도네시아 통신사 솔루시 시너지 디지털(일명 Surge)과 고속 통신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며, 인도네시아 전역의 최대 4000만 가구에 고속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저밀도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충할 계획이며, 자바섬에서는 철도 노선을 따라 설치된 광섬유망을 활용할 예정이다.
오렉스 사이는 오픈랜(Open RAN)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오픈랜은 다양한 제조사의 장비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한 기술이다. 2025 회계연도부터 시험 운영을 시작하며, 2026년 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진출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총무성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오픈랜 네트워크 구축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시범사업 비용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검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한 G20 회원국이다. 높은 경제성장 잠재력으로 인해 화웨이,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의 이번 지원은 아시아 통신 인프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화웨이는 전 세계 통신 기지국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산 통신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후지쯔와 NEC 등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랜 기술의 도입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술적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렉스 사이의 인도네시아 진출 성과는 향후 다른 해외 시장 확장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은 일본 기업들의 아시아 통신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인도네시아 통신망 구축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통신장비 기업들도 동남아 시장에서 화웨이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기업 간 협력 모델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이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과 외교적 지원을 통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처럼, 한국도 신남방정책과 연계한 통신 인프라 수출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오픈랜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저비용 솔루션 개발도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신흥국 통신 인프라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