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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트럼프의 매력적 제안에도 정치적 변동성에 기대감 꺾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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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트럼프의 매력적 제안에도 정치적 변동성에 기대감 꺾일 수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세계 조선업 성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취임으로 한국 조선업에 긍정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대내외의 정치 변동성 탓에 이런 기대감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10일 한화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들이 상선 수요의 글로벌 부활에 힘입어 수년 만에 수익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상승세가 2025년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초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면서 낙관적인 전망이 꺾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해운 데이터 전문업체 클락슨은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1140억 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2주 만에 한국 조선소의 일감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기대감을 모았다.
트럼프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주요 무역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계에 이를 의뢰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 조선 3사들은 동남권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상선의 많은 발주로 성장 기류를 타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미 해군과의 긴밀한 관계가 더해질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에 더욱 안정된 수익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이 수리정비사업을 수주한 미 해군 해상운송사령부( MSC) 소속 급유함 유콘함이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항해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2020년 9월16일 촬영됐다. 사진=MSC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수리정비사업을 수주한 미 해군 해상운송사령부( MSC) 소속 급유함 유콘함이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항해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2020년 9월16일 촬영됐다. 사진=MSC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은 3만1000t급 미 해군 보급 유조선인 USNS 유콘의 유지보수, 수리와 정비(MRO) 서비스 제공 입찰에 성공하며 미 해군과의 관계성을 돈독히 했다. 지난 8월 4만t급 미 해군 건화물 및 탄약선인 USNS 월리 쉬라(Wally Schirra)의 MRO를 수주한 데 이은 계약 성사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7월 사업 입찰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미 해군에 MRO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에도 MRO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 해군의 연간 MRO 예산은 약 137억 달러로 전 세계 군함 MRO 시장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투자은행 UBS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현재 주문이 생산 능력 저하로 인해 제한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한국 조선업의 성장세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의 정치적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트럼프가 제공하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한남동 한화빌딩 건너편 자택에서 움직이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국 조선업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초기 정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워싱턴의 상황도 복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윌슨센터 트로이 스탄가론 현대차-한국재단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단기적으로 해군 함정 건조 협력을 저해할 것이지만, 조선 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정치”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행 미국 법이 외국 기업이 선박의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막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이를 면제하려 할 수 있지만 의회가 막을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무효화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의회에 심어주거나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두 경로 모두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하다. 한미동맹은 전통적으로 초당파적인 지지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트럼프의 매력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많은 경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노사 간 임금 협상 갈등, 조선업 종사 전문인력 부족도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선업계 종사자 수는 2014년 말 9만5000명에서 2022년 말 절반 이상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