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논문 저자 수 8배 증가...미국 이어 세계 2위 부상
중국이 인공지능(AI) 연구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주요 AI 학술대회에서 채택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이 급증하며, AI 연구의 양대 강국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닛케이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기계학습국제회의(ICML), 학습표현국제회의(ICLR) 등 주요 AI 학회에서 채택된 3만여 편의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이들 학회는 제출된 논문 중 20~30%만이 엄격한 동료 평가를 통과해 채택된다.
분석 결과 2024년 상위 50개 연구기관의 논문 저자 중 미국 출신이 1만4,7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8,491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의 저자 수는 4년 전보다 8배나 증가했다.
상위 10개 기관을 보면 구글, 스탠포드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6개가 미국 기관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칭화대가 2위, 베이징대가 6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20위권에는 싱가포르국립대(12위), 한국과학기술원(13위) 등이 포함됐다.
리켄 고등지능연구소의 스기야마 마사시 소장은 "미국에서 교육받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연구자들이 중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OpenAI의 소라(Sora) 비디오 생성 모델에 대응해 중국의 콰이서우가 클링(Kling)을 출시하는 등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상위 50위권에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주요 연구기관인 리켄연구소와 도쿄대가 각각 64위, 71위에 그쳤다. 일본 기관들의 논문 저자 수는 4년 전보다 2배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미국 유학 연구자가 적고 해외 인재 유치도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버드대 뇌과학센터의 다나카 히데노리 연구원은 "현대 AI 연구에서는 컴퓨팅 자원과 인적 자원 확보가 필수"라며 "대기업이나 유명 기관과의 협력 없이는 경쟁력 있는 연구 수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AI 연구 성과는 한국 AI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과학기술원이 세계 13위권에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중국이 보여준 것처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을 적극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도 글로벌 AI 인재 유치와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대기업과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통한 연구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컴퓨팅 자원 확보의 중요성도 시사점이다. AI 연구에서 컴퓨팅 파워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산학연 협력을 통한 자원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