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가 안보를 위해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와 틱톡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막는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틱톡 측을 모아놓고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심리를 열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헌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게 미 연방대법원이 미국 정부의 국가 안보 우려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쳐 틱톡 금지법이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틱톡이 중국 정부와 연계성을 부인했음에도 상당수의 대법관들이 틱톡의 논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틱톡 금지법의 정당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틱톡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 목소리로 추진해 제정한 틱톡 금지법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로부터 분리 매각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0일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심리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틱톡이 미국 내 운영에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틱톡 변호인 노엘 프란시스코에게 “중국 정부의 정보 요청에 응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를 대변한 엘리자베스 프레로거 미 법무부 송무차관은 “틱톡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중국이 괴롭힘, 첩보 활동, 정보 수집에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중국 정부는 미국인 데이터를 탐욕스럽게 수집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프레로거 차관은 “중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바이트댄스에 데이터를 넘기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 전담 법무차관으로도 불리는 송무차관은 대법원 사건에서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최고 변호사의 역할을 한다. 틱톡 측을 변호한 프란시스코도 송무차관 출신의 거물급 법률가다.
이날 심리에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틱톡을 통해 중국이 미래 세대에 미칠 잠재적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오늘날 틱톡을 사용하는 10대들이 20~30년 후 미 연방수사국(FBI), 미 중앙정보국(CIA) 또는 국무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며 “중국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스파이를 개발하거나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전향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틱톡의 콘텐츠가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케이건은 “중국이 틱톡을 조종해 미국 정책에 적대적인 콘텐츠를 퍼뜨린다 해도 이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보 조작 우려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리에서 틱톡 측은 데이터 보안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폐쇄 외의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프란시스코 변호사는 “틱톡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마치 월스트리트저널에 칼럼을 쓰지 못하게 하고 뉴욕타임스에 쓰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틱톡 변호인단은 왜 다른 중국계 플랫폼은 규제에서 제외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프레로거 차관은 이에 대해 “틱톡이 중국 정부와의 연계성에서 다른 기업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WSJ는 “틱톡과 틱톡 지지자들은 법적 싸움을 통해 플랫폼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지만 대법관들의 태도와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틱톡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틱톡 금지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심리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틱톡 금지법의 발효일이 오는 19일로 바짝 다가온데다 추가 심리가 필요할 경우 대법원은 추후 일정을 정해 논의를 이어갈 수 있으나 이번 심리에서 대법관들이 핵심 쟁점을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심리보다는 내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최종 심급으로 사건이 대법원에 도달했을 경우 심리를 한 차례만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