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정부, 보수당과 차별화..."인권 문제 제기하되 교역·투자는 강화“
영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경제협력 시대를 열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실용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중 관계가 양국의 경제 성장과 무역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이는 2019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 이후 중단됐던 양국 관계에 실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기 인권, 홍콩, 스파이 혐의 등을 이유로 대립했던 이전 보수당 정부의 강경 노선과 차별화된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머 노동당 정부의 대중 정책 전환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의 현실적 필요를 반영한다. 현재 중국은 1380억 달러 규모의 교역량을 기록하며 영국의 4대 무역 파트너다. 특히 재규어 랜드로버 등 영국 자동차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리브스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한정 부주석,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회담하며 금융서비스, 무역 관계,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19년 이후 중단됐던 영·중 고위급 경제금융 회담도 재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을 앞두고 대중 전면 관세 부과 위협은 영국의 대중 접근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EU가 추진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영·중 관계 발전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문제는 지속 제기하되, 실질적 경제협력은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 역시 미·중 갈등 속에서 유럽 내 주요 우방 확보가 필요한 만큼, 영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국 정부는 이번 협력 강화를 통해 영국의 금융 서비스 산업이 중국 시장에 더 깊이 진출하고, 중국 기업들의 영국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대중국 '실용주의' 노선 전환은 국제 정세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한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제3국들이 양측 사이에서 실리적 균형 외교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이 보여준 '가치는 지키되 경제는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는 견지하면서도, 교역과 투자 등 실질적 경제협력은 강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더 큰 자율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국제질서가 단순한 진영 대립을 넘어 보다 복잡하고 유동적인 형태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