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식 감산 합의도 무력화..."가격 60% 폭락에 상장사 3분의 1 적자“
중국 태양광 산업이 심각한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33개 주요 제조사들이 지난달 'OPEC식' 생산 할당제에 합의했으나, 일부 업체들의 가격 하한선 무시로 협정이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중국 태양광 업계는 연간 1200GW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24년 글로벌 수요의 2배, 2030년 예상 설치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과잉생산으로 2023년 대비 태양광 패널 가격이 60~80% 급락했고, 상장사 121개 중 39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2021년 시진핑 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에너지 부문 외 기업들까지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며 생산능력이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11~2022년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능력의 80%를 장악했다.
중국 정부는 위기 해소를 위해 신규 투자 제한과 수출 환급세 인하 등 규제를 강화했다. UBS의 켄 리우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로 현 생산능력의 20~30% 감소가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쿼리캐피털의 앨버트 미아오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은 감산에 합의했지만, 중소기업들이 불참해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올해 업계 상황이 더 악화하고 많은 채무불이행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UBS는 향후 2년간 구조조정을 거쳐 2027년 수급 균형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신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관세를 감안해도 유럽 대비 50% 이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지배력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발 태양광 패널 공급과잉은 글로벌 태양광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유럽 대비 5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태양광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 태양광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 특히 고효율·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함께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인센티브를 활용한 현지 생산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업체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시장 공백을 메우고, 미국과 유럽의 탈중국 정책에 따른 새로운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개척과 함께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