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장 탄탄, 인플레이션 압박, 트럼프 관세 정책 등 인하 요인 사라져
미국 월가에서 올해 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13일(현지 시각) “월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내내 금리를 더는 내리기 어렵다며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면서 “지난달 고용 서프라이즈 공개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올해 유지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다음 조처가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해 지난해 2∼3분기 월평균 증가 폭 약 15만 명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12월 실업률도 4.1%로 그 전달의 4.2%보다 낮았다.
15일 나올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도 금리 인하 기대를 접어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월가가 예상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근원 CPI는 11월까지 3개월 연속 0.3% 상승을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근원 CPI는 3.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달 노동 지표는 최소한 단기간 내에 추가 경기 부양이 불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대대적인 관세정책을 동원하면서 대규모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1970년대 스타일의 장기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은행은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미 '매파 피벗(정책 전환)'을 했고, 연준의 이런 정책 기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BNP파리바는 “미국의 노동 시장이 뜨거운 것으로 드러나면 연준의 다음 행보는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도 올해 내내 금리 동결을 점쳤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내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4.3%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로 연말까지 유지한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다. 연준은 지난달 새로 제시한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회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가 이를 2회로 줄였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FOMC가 올해 6월, 12월 각각 25bp 인하(기존 3, 6, 9월 3차례 인하 예상)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을 바꾼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은행도 올해 1, 3월 인하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3회(3, 6, 9월) 인하 예상을 2회(6, 9월)로 줄였다. 씨티그룹은 올해 첫 인하 예상 시점을 1월에서 5월로 늦췄다.
그렇지만, 시장은 아직 연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금리 동결 가능성은 30%가량으로 나타났다.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올해 0.25%포인트 이상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41%로 예상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 장기화 전망으로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 상승한 109.9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10.17까지 오르면서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3% 하락한 1.0211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0.3% 하락한 1.217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 가치는 장중 0.7% 하락하며 14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0.1% 하락한 157.56엔으로 장을 마쳤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