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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산업,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 심각..."미국發 리스크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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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산업,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 심각..."미국發 리스크 현실로"

트럼프 리스크에 독일 기업 '비상'...공급망·사업 전략 수정 불가피
95% 기업 "미국 디지털 기술 의존 심화...독립성 강화 시급"
독일 산업의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산업의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 산업의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독일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과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6일(현지시각) 독일 언론 '벨트(WELT)'에 따르면 디지털 협회 비트콤(Bitkom)이 직원 20명 이상의 독일 기업 6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6%)이 트럼프 당선으로 공급망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들 기업 중 56%는 사업 전략 수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랄프 빈터거스트 비트콤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독일과 유럽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지만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이며 기회 지향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연방정부는 경제를 중심에 두고 디지털 주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기업(95%)이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서는 기업 10곳 중 8곳이 미국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거의 90%가 미국에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수입하는 반면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60%에 그쳤다.

이는 독일 경제가 디지털 기술 수입 없이는 사실상 마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결과다. 실제로 현재 독일 기업 중 디지털 수입 없이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단 3%에 그쳤다. 1년 전 7%에서 더 감소한 수치다. 6개 회사 중 1개 회사는 디지털 수입 없이는 6개월도 버티지 못한다고 답했다.

빈터거스트 회장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수입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고 답한 기업이 96%에 달한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부터 소프트웨어, 반도체, 센서, IT 컨설팅, 프로그래밍 서비스까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협박에 취약하지 않도록 디지털적으로 더욱 독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 디지털 기술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80%가 중국에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빈터거스트 회장은 "러시아의 경우 제재 조치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디지털 경제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며 독일 기업들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중단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신뢰는 영구적으로 파괴되었다"고 밝혔다.

독일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업체 다변화, 재고 확보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 경제가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 리스크'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