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각) 미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자가 약속한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가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악재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급격하게 늘어난 재정적자가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더 불어나면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뛰어올라 주식 시장을 나락으로 내 몰 수 있다.
공화당도 변수다.
트럼프 정책들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 이 역시 주식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배로 불어난 적자
16일 배런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8년 전인 2017년 연방정부 부채는 14조4000억 달러였다. 지금은 28조8000억 달러로 2배가 됐다. 지난해 미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17년 9월 30일 3.5%이던 것이 지난해 9월 30일에는 6.4%로 뛰었다.
고금리 속에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이자로만 8820억 달러를 지출했고, 올해에는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감세부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에 이르기까지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함께 정부 부채도 대폭 늘리게 될 대표 정책들에 반대하고 있다.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책들이 몰고 올 부채 증가분을 상쇄할 만큼의 재정지출 삭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원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재정적자 한도 싸움
지난해 9월 하원 자유 의원연맹 대표가 된 앤디 해리스(공화·매릴랜드) 의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원 자유 의원연맹은 재정적자 한도를 둘러싸고 걸핏하면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폐쇄)되는 현상의 중심에 있다.
그 발단이 된 것은 2023년 5월이었다. 당시 하원에서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 상향안이 통과되자 보수 강경파 의원들은 미 재정적자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당시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의장이 민주당과 협상해 재정적자 한도를 증액했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배신당했다고 느꼈다.
매카시 의장은 그 해 10월 공화당 반란으로 의장에서 쫓겨났다.
1년 뒤인 지난해 적자 한도를 둘러싼 싸움이 재개됐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자신이 취임하기 전 의회가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지지하는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 의장은 트럼프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주당과 협상해 일단 적자한도를 늘려 정부 셧다운을 막았다.
자유 의원연맹의 칩 로이(공화·텍사스) 하원 의원은 지난달 19일 하원에서 이런 흐름을 맹렬히 비난했다.
로이 의원은 공화당이 11월 5일 다수당이 된 뒤 부채를 더 늘렸다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환멸을 느낀다고도 했다.
셧다운을 막는 법안은 공화당에서 해리스와 로이 등 34명이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민주당이 찬성하면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국채 수익률, 6%까지 뛰나
공화당 내에서 재정적자 한도를 놓고 내분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 국채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수익률은 5%에 육박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미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지난해 9월 이후 변동폭은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1.0%포인트 내렸지만 국채 수익률은 뛰었다.
연준 기준금리와 국채 수익률 간 격차를 가리키는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은 9월 이후 0.9~1.0%포인트 뛴 것으로 추산된다.
PGIM 고정수익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고리 피터스는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재정적자의 부산물”이라면서 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채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새로 발행하는 국채 액면 금리도 올려야 하고, 이 이자 비용을 대기 위해 국채 발행을 더 늘려야 한다.
미 정부는 재정적자가 계속 불어나면서 시장수요와 관계없이 신규 국채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상황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자신이 2017년 입안한 감세법이 올해 말 만료되지만 이를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부족한 세수는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특히 그가 사회보장 혜택을 늘리고, 봉사료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는 등 여러 재정지출 확대 정책까지 밀어붙이고 있어 국채 대규모 추가 발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채 수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거시전략가 마이클 메데이로스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6%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높은 이자에 끌려 국채에 몰리고, 주식을 투매한다. 높은 금리로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소비도 위축된다. 주식 시장 펀더멘털을 흔드는 악재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주식 시장이 기대에 들떠 있지만 어느 순간 급락의 길로 접어들지 알 수 없게 됐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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