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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식 시장, 트럼프 무역전쟁 준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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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식 시장, 트럼프 무역전쟁 준비 안 됐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몰고 올 무역전쟁에 대해 주식 시장이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가 약속한 감세와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들떠 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등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급격하게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가경제 비상사태와 슈퍼 301조


시장에 충격이 클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가 국가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슈퍼 301조도 동원하는 것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최대 25%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대해 10~20% 관세를, 그리고 중국 제품에는 60% 관세를 물리되 추가로 관세를 더 부과하는 방안을 의회 동의 없이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대규모 관세는 협상용으로 쓰되 실제 부과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와, 중국과 관계를 과감히 줄이고 무역 질서를 새로 잡아야 한다는 강경파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USTR) 보좌관을 지낸 국제통상법 전문가 워런 마루야마는 배런스에 “결국에는 트럼프가 결정할 것”이라며 그의 ‘원맨 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비상 조처다.

베다 파트너스의 경제 분석 책임자 헨리에타 트레이즈는 배런스에 트럼프가 ‘국제경제 비상대권법(IEEPA)’을 발동하면 수일 안에 대규모 관세를 물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절 막판인 2020년 중국과 맺은 ‘1단계 무역협정’ 조항인 200억달러 미 농산물 수입 약속을 중국이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트럼프는 슈퍼301조도 발동할 수 있다.

충격 불가피


이는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부를 수 있다.

현재 중국 수입품 약 60%에 관세가 매겨지고 있고, 평균 관세율은 16% 수준이지만 IEEPA와 슈퍼301조가 발동되면 거의 모든 중국 수입품에 평균 30% 관세가 붙을 수 있다.

트레이즈는 “이는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기존 관세가 출구를 잃고, 미국과 중국은 완전히 새로운 무역협상에 나서면서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수교 이후 최악인 미·중 관계가 상황을 더 복잡하고 유동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가 보편관세까지 추진하면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협상용


시장 충격이 가장 덜한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UBS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솔리타 마르첼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를 위한 고조’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고강도 관세 엄포를 놓고 협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트레이즈는 IEEPA를 발동하면 10일 이내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5~25% 관세를 물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충격


관세는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충격을 줄 것이란 점도 시장에 부정적이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제품에 60%, 다른 나라제품에는 10% 보편관세를 물리면 첫 해에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1.6%포인트 뛰고, 미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한다.

또 TS 롬바르드 전망에서는 모든 중국 제품에 60%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항구적 정상교역 관계 지위 박탈


시장을 흔들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가 의회에 요청해 중국의 통상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근거가 됐던 중국의 ‘항구적 정상 교역 관계’를 박탈하면 중국은 세계 교역 질서에서 이탈하게 된다.

베다의 트레이즈는 올 후반 이렇게 될 가능성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해 부족


시장은 무역 전쟁이 불러올 충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설팅 업체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 공동 창업자 네이선 피카식은 “시장은 중국 노출 정도가 미 기업들에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에 걸쳐 어느 정도나 큰 골치거리가 될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관세와 무역전쟁은 이외에도 다양한 충격을 초래한다.

트럼프 관세가 무역 보복을 부르면 미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한다. 또 이 경우 달러 가치가 급격히 뛰면서 기업들은 해외 매출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와 환차손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트럼프 관세는 1기 행정부에서도 주식 시장에 악재였다.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미중 관계가 벼랑 끝까지 치달으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돼 주식 시장 변동성은 고공행진했다.

관세와 무역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미 경제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도 시장에는 악재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주식 전략 책임자 사비타 수브라미니안은 관세는 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 역시 미 경제에 악재라고 경고했다.

수브라마니안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계획 입안도 좌절시킬 정도에 도달하면 이는 자가발전하는 기업 투자 둔화를 부르고 감원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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