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클라인·반도체 기업 조사...트럼프 정부 겨냥한 경고성 조치"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봉쇄 정책에 맞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차기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리허설이자 장기전 준비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17일(현지시각) 중국 상무부는 의류기업 PVH그룹(캘빈클라인·토미힐피거 모기업)이 신장 위구르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규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기업 제재 명단과 유사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UEL)' 제도에 따른 것이다.
상무부는 또한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는 중국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중국산 스마트카 판매 금지,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추가 등 대중 제재를 강화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이 이번 주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 혐의로 37개 중국 기업의 수입을 금지한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 마주르 트리비움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 정책에 대한 대응이자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대한 경고"라며 "제재 수위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 방향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의 60% 관세 위협에 대해 직접적인 관세 보복보다는 개별 기업 제재 등 비관세 조치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쉬톈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PVH 제재가 그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극소수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법을 준수하는 외국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캘빈클라인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개별 제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양국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장 위구르 등 인권 문제나 국가안보 관련 분야에서는 어느 한 시장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이 관세보다 개별 기업 제재를 선호하는 것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체 가능한 기업들은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나 의류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제3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나 대체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치적 갈등이 경영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다각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