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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정치 공백 속 한국, 2기 트럼프와 협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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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정치 공백 속 한국, 2기 트럼프와 협상력 약화 우려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발동과 그에 이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한국이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진 상황이 20일(이하 현지 시각) 출범하는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홍콩 영자 일간 아시아타임스는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임기 당시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한국에도 연간 50억 달러를 지불하도록 압박한 이력이 있다”면서 “그의 이 같은 행보는 두 번째 임기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19일 보도했다.

아시아타임스는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 전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경제 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내가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방위비로 기꺼이 내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불발과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초래된 한국 사회의 혼란은 한국의 외교 및 안보 전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아시아타임스는 지적했다.
이정민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위원은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키고 대미 협상과 관련한 대응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북한 간 협상에서 중요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이러한 역할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한국의 입장보다는 미국의 이익, 특히 북한의 핵 위협 감소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이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은 지난해 10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골자로 한 5년간의 협정을 체결한 상태. 내년까지 방위비 분담금은 8.3% 증액돼 약 1조52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훨씬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윤석열 사태로 인한 정치적 공백은 대북 문제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을 최근 제기했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행한 보고에서 “트럼프 스스로 과거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제1기의 대표적 성과로 인식하고 있어 김정은과의 대화 추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간 내 북한의 완전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 및 군축과 같은 '소규모 합의'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맡지 못하고 협상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 미국과 북한 간 협상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잃고 있다”면서 “트럼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입장이 아닌 미국의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미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차원의 외교 특사를 파견해 한국의 외교적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미국과의 동맹이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과 협력해 트럼프 행정부와 비공식적으로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정상회담 같은 ‘톱다운’ 방식의 외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리더십 공백은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CBS방송은 트럼프가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는 사저에서 측근들과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한국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들 나더러 혼돈 상태라고 하지만 한국을 보라. 그들이 탄핵을 멈춘다면 윤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농담조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8일 보도해 이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가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불발 사태 이후 한국에 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