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왕립국제문제연구소’로도 불리는 채텀하우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권위를 인정 받는 싱크탱크 가운데 한 곳이다.
채텀하우스는 20일(현지시각)로 예정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펴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경제 리스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개된 트럼프의 경제 공약 중 상당수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최대 10조 달러(약 1경4571조 원) 규모의 감세 △모든 무역 파트너에 대한 10~20% 관세 부과, 특히 중국에는 60% 관세 적용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 △대대적인 경제 관련 규제 완화 △연방 관료 체제 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친환경 정책 철회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국의 기술 접근 차단 강화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역 파트너들과의 재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각국의 대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폭탄급 관세 부과 계획은 즉각적인 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중국에 대한 60% 관세는 세계 무역 체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협상을 통해 관세 수준을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연방정부 지출의 80%가 사회보장, 메디케어, 국방비 등 필수 예산으로 구성대 있는 만큼 감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하는 공공 부채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수요는 여전히 강력해 단기적 경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트럼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국내 거버넌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정치적 반대자를 겨냥하며 법무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연방 검찰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약화되면 기업 윤리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연방 공무원 감축과 정치적 간섭 증가로 인해 관료제의 질과 효율성이 저하되고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알려진 특정 기업 특혜가 확산될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같은 변화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와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동맹국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국경 보안 문제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한편, 덴마크에는 그린란드를 팔 것을 요구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미국의 신뢰도와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이에 대응해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무역 규칙을 설정하거나 비미국 중심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와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