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하이얼 등 대규모 투자...작년 9개월간 투자 신청 18% 증가
중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갈등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태국에서 생산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태국 동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현지 산업 지형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최근 닛케이 등 아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태국 투자청에 따르면 2024년 1~9월 중국 기업들의 투자 촉진 신청액은 1140억 바트(약 4조1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기업들의 신청액은 355억 바트로 18%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태국 최대 산업단지 개발업체 WHA의 자리폰 자루콘사쿨 CEO는 "2020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한 기업의 65%가 중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업체 BYD는 태국 동부 라용에 조립공장을 설립하고 약 200명의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창안자동차, GAC그룹, SAIC모터 계열사 MG, 그레이트월모터 등도 라용과 인근 촌부리에 제조 시설을 구축했다.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하이얼그룹이 지난해 9월 135억 바트 규모의 스마트 에어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연간 60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생산량의 85%를 수출할 예정이다. 전자부품 업체 장시웰가오일렉트로닉스도 25억 바트를 투자해 회로기판 공장을 신설했다.
중국 기업들의 태국 진출 확대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본격화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인 근로자도 급증하고 있다. 태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중국인 취업허가 건수는 4만53건으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이는 2015년보다 2.2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라용 아마타시 산업단지 인근에는 중국인 거주자를 위한 콘도미니엄 단지가 조성되고, 중국 음식점과 상점이 들어서는 등 새로운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태국 진출이 미·중 무역갈등에 대비한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태국의 우수한 산업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상황 등이 투자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