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 강화에 中 투자 방향 전환...트럼프發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두 블록'으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FDI)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경제 진영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최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1~11월 중국의 해외 투자는 128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투자가 급증해 2023년 '그린필드' 투자는 162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주요 투자처였다.
반면 선진국에 대한 투자는 급감했다. 로듐 그룹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선진국 투자 비중은 2016년 80%에서 2021년 50%, 2023년 28%로 크게 줄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기준 중국 FDI의 주요 수혜국이 아시아·아프리카 개도국인 반면, 미국의 투자는 아일랜드, 일본,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투자 전략 변화는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4년간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두 블록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첸 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기지 이전이 주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 블록화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IMF는 무역 분절화로 인해 세계 GDP의 최대 7%가 감소할 수 있으며, FDI 분절화는 장기적으로 2%의 GDP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중 경제 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할 전망이다.
BBVA 리서치의 르 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개도국 중심 투자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현재의 미·중 경쟁은 구조적이어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