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의 특허권 침해 WTO 제소..."불공정 관행 시정해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특허권 침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제소했다. EU는 중국 법원이 유럽 기업들의 표준필수특허(SEP) 로열티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관행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중국 법원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글로벌 로열티율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혁신적인 유럽 하이테크 기업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5G 등 통신 기술 분야의 표준필수특허다. SEP는 특정 기술 표준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특허로,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 기업들이 주요 보유자다. EU는 중국이 자국 제조업체들에 유럽의 기술을 불공정하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제소로 EU와 중국은 60일간의 양자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는 WTO 분쟁 해결기구에 심판 패널 구성을 요청할 수 있다. 패널 심리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2022년 EU가 제기한 이전 WTO 제소와도 연관된다. 당시 EU는 중국이 특허권자들의 해외 법원 제소를 제한하고 위반 시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반소송 금지명령' 제도를 문제 삼았다. 이 사건에 대한 WTO 패널의 최종 판단은 올해 1분기 중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EU와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EU의 시각"이라며 "특히 5G 등 첨단 통신 분야에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제소는 EU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는 등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그동안 자국의 특허 관련 제도가 국제 규범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상무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는 혁신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며 "모든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평등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WTO 분쟁 해결 과정이 EU와 중국 관계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EU의 대중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