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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출생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에 18개 주 소송 제기...이민자 커뮤니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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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출생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에 18개 주 소송 제기...이민자 커뮤니티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서명한 ‘출생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 내 18개 주와 주요 도시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던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의 해석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시도로,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은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을 통해 제기됐으며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이 동참했다.

매슈 플랫킨 뉴저지주 법무부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왕은 아니다”면서 “헌법을 단순히 펜 한 번 휘둘러 다시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앞으로 불법 체류 이민자 부모나 단기 체류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수정헌법 제14조에 규정된 ‘미국 관할권에 속한 자’라는 문구를 근거로 불법 이민자의 자녀는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100년 이상 유지된 법적 해석과 판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법원은 과거 수정헌법 제14조가 외교관의 자녀 등 극히 제한된 예외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신분에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은 특히 불법 체류 이민자와 단기 체류 비자 소지 부모의 자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불법 체류 이민자 부모의 자녀의 경우 현재까지는 미국에서 태어난 경우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았으나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이들은 시민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인다.

유학생(F-1), 방문자(B-2), 취업 비자(H-1B) 등 단기 체류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부모도 이 행정명령의 시행 대상에 포함돼 이들의 자녀도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내에서 태어난 약 15만 명의 아동들이 매년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교육, 의료, 복지 등 기본적 권리에서 이들이 배제될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은 “출생지 시민권은 노예제 폐지 이후 헌법에 뿌리를 둔 미국의 기본적 원칙”이라며 “이는 150년 이상 지켜온 국가적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제라드 마글리오카 미국 인디애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이미 주요 정치적 논란을 행정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출생지 시민권 문제 역시 행정부의 권한 밖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 오리건, 일리노이 등 4개 주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총 22개 주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이민 권리 단체들도 별도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번 행정명령으로 이민자 커뮤니티 전체가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시민권을 상실한 아동들이 법적 신분 없이 성장하면서 교육, 의료 서비스, 취업 기회, 투표권 등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지역 사회의 안정성과 경제적 부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