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신 펜형 주사기로...미국 승인 후 중국·인도 시장 공략
혈액 검사 기술 개선, '아시아 시장 확대' 열쇠
일본 제약회사 에이사이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Leqembi)'의 가정용 버전 출시를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선다. 에이사이는 2025 회계연도까지 미국에서 레켐비의 재택 투여를 가능하게 하고, 이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혈액 검사 기술 개선, '아시아 시장 확대' 열쇠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여 질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승인되었으며, 정맥 주사로 투여된다. 환자는 격주로 병원을 방문하여 약 한 시간 동안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에이사이는 일본 의료기기 회사 Terumo와 공동 개발한 새로운 제형을 통해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할 계획이다. 새로운 제형은 펜 모양의 주사기를 통해 피하 주사로 투여하며, 투여 시간은 15초에 불과하다. 에이사이는 먼저 유지 치료를 위한 피하 제형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5 회계연도에 초기 투여를 포함한 모든 제형에 대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에이사이 CEO 나이토 하루오는 레켐비의 가정용 버전이 알츠하이머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게 되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병원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에이사이는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레켐비의 가정용 버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의료 자원이 부족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가정용 버전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레켐비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레켐비는 고가의 바이오 의약품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에이사이는 중국에서 민간 보험 회사와 협력하여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유사한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과제는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시설 부족이다. 현재 레켐비 투여 전에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는 이러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
에이사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 검사 기술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혈액 속 미세한 아밀로이드 양을 측정하여 뇌 축적량을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검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에이사이는 여러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혈액 검사 기술의 실제 적용을 앞당길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2023년 기준 55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억39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에이사이의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가정용 버전 출시와 혈액 검사 기술 개선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