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이날 리서치 노트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 경제를 부양하는 반면 신흥 시장으로의 자본 흐름을 급작스럽게 중단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자체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에서 약 190억 달러(약 27조3000억 원)의 ‘순자본 유출’이 발생했다. JP모건은 올해 1분기에도 추가로 100억 달러(약 14조3500억 원)가 개도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급작스러운 자본 유입 중단이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나 최소한의 경제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고갈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은행은 현재 자본 흐름 둔화가 신흥 시장 중심의 이벤트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의 관세 및 감세 공약으로 미국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된 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다만 "1998~2002년, 2013년, 2015년처럼 특정 신흥 시장 국가들이 압박을 받고 국제수지나 통화가치 하락 압력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은행은 또한 현재 상황이 미국 경제의 둔화로 인해 전 세계적인 ‘위험 회피(risk-off)’ 성격의 매도세가 촉발된 사례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강력한 미국 경제와 정책 위험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과 미국의 고용, 인플레이션, 소매 판매 등 주요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히 강한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이어 신흥 시장에서 급작스러운 자금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대다수 국가는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장 위험에 처한 국가로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및 헝가리를 지목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