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 관세 9시간에 보류, 캐나다와 멕시코가 시금석 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외국에 관세 부과 위협을 가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주에 무역 등 대외 문제보다는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세계 주요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숨은 전략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국도 대미 보복에 나설 수 있다. 미국발 글로벌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재발 사태를 우려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어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경제 전망을 비교적 밝게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은행, 영란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몇일 또는 몇 주일 사이에 애초 예정대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연준은 트럼프 집권 2기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28,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연준이 활발한 경제 활동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몰고 올 파장 등을 고려해 기준 금리를 일단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 전쟁을 우려했던 글로벌 증시는 대체로 안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5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국제 외환 시장에서 줄곧 오르던 달러화 가치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6개월 만에 금리를 추가로 올렸다. 일본은행은 기준 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했다.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일본은행은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르고, 임금도 함께 상승하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려고 한다.
싱가포르와 스웨덴은 지난 22일 애초 예상대로 금리를 내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에 60%의 관세 부과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등에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추방 과정에서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사용했다. 그가 26일(현지시각)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즉각 부과하려다 9시간여 만에 보류했다. 콜롬비아가 향후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그 이유를 밝혔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라 작성 완료된 관세와 제재 초안이 보류됐고,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모두 200여 명을 태운 미국발 군용기 2대의 입국을 도착 직전에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콜롬비아에 25%의 관세 부과 후 일주일 내 50%로 상향 등의 제재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1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선 관세 부과 후 협상’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콜롬비아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굴복하면 미국이 이들 두 나라와 협상을 시작하려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