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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미국 사용자 대상 '멕시코만' 표기 변경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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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미국 사용자 대상 '멕시코만' 표기 변경 예고

트럼프 행정부 지리명칭 변경 조치에 따라...국가별 상이한 명칭 표기 방침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아메리카 멕시코' 대륙을 보여주는 1661년 세계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아메리카 멕시코' 대륙을 보여주는 1661년 세계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구글이 미국 내무부의 공식 지리명칭 변경에 발맞춰 자사 지도 서비스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 사용자들에게는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28일(현지시각) 구글은 자사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변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내무부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멕시코만의 공식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알래스카의 최고봉 데날리도 다시 매킨리산으로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글의 차별화된 표기 정책이다. 구글 지도는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명칭을 보여주게 된다. 미국 사용자들은 '미국만'으로, 멕시코 사용자들은 기존대로 '멕시코만'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지역의 사용자들은 두 명칭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구글이 이전부터 적용해온 분쟁 지역 명칭 표기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해/일본해' 표기가 있다. 현재 구글 지도는 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이를 '일본해(동해)'로 표시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페르시아만' 명칭을 둘러싼 이란과의 갈등 이후, 해당 수역을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멕시코의 반응도 주목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미 전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개칭하자는 제안을 농담 섞인 어조로 내놓았다. 실제로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국립궁전에서 1661년에 제작된 세계지도를 공개하며, 당시 북미 대륙이 '아메리카 멕시코'로 표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구글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요청에 대해 기존 X 게시물 외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알래스카 최고봉의 명칭 변경과 함께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지리명칭 변경 조치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국제 관계와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구글의 차별화된 표기 정책은 영토 및 명칭 분쟁이 있는 지역에서 각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실용적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 시대에서 지리명칭이 가지는 정치적, 문화적 의미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이 각국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선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유사한 지리명칭 분쟁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하나의 해결 모델로 참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