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2.3% 성장하며 예상보다 양호한 한 해를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 기준 2.3%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3분기 성장률 3.1%보다 둔화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이 연초에 예상했던 성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2.5% 성장해 2023년 말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그 배경은 소비 지출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분기 동안 개인 소비 지출은 연율 기준 4.2%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는 고용 시장의 강세와 임금 상승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실질 가처분 소득은 같은 기간 2.8% 증가하며 소비 심리를 뒷받침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4분기에도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 정책의 급격한 변화, 정부 지출 동결 조치,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있는 폭탄급 관세 정책 등이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충분하지만 향후 12개월 안에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잘못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말 주택 시장은 다소 활력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택 건설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주거용 투자가 두 분기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모기지 금리가 다시 상승하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면에 기업들의 설비 및 건물 투자는 4분기 감소했고, 수출도 줄어드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 지출 증가가 단기적인 효과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향후 관세 도입에 대비한 선구매 수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물가 상승도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승세를 보이며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은 지난 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하의 문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의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고 이달 들어 소비자 심리지수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발표되면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평균 경제 성장률은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경제 회복과 인프라 투자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었던 바라트 라마무르티는 "바이든 행정부는 신속한 경기 회복과 장기적 경제 투자에서 중요한 성과를 냈다"면서도 "결국 생활비 문제에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 정치적 패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