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2만2000개 이상의 단어를 말했으며 이후 재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1만7000개 이상의 단어를 쏟아냈다.
AP는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속기록 작성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추가 인력 채용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조용한 행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AP는 분석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햄릿', '리처드 3세'를 합친 것보다 많은 분량이라고 A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29일 백악관 동아시아실에서 진행된 '레이컨 라일리 법' 서명식에 참석한 트럼프는 “하마스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콘돔으로 폭탄을 제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지출 삭감 노력과 불법 이민자 송환 강화 정책을 강조했다. 또 과거부터 주장해 온 불법 이민자 수용 문제와 관련해 “관타나모 기지를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로 활용할 것”이라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발언 속에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최근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산불과 관련해 “캘리포니아의 환경 정책이 산불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는 “가자 주민들을 재건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발적인 발언량은 여론을 주도하려는 그의 전략적인 행보를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이클 라로사 전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뉴스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상대 정치세력과 언론이 대응할 틈을 주지 않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도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의 ‘쇼 프로듀서’처럼 행동한다”며 “항상 다음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며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들과 접촉도 대폭 확대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진 데 이어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허리케인 피해 지역 방문 중에도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뒤에는 산불 피해 관련 간담회를 열었으며 공항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났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일주일 동안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회견을 두 차례 진행했는데 이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가진 기내 기자회견 횟수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담당했던 케이트 버너 전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아 상대 진영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으나 결국 국민들이 싫증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