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IT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2000만 명 사용자 확보 목표
일본 산업계의 대표적 제조기업 히타치가 생체인식 결제 시스템을 앞세워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115년 전통의 제조업체가 기술 인프라와 비즈니스 플랫폼 공급자로 거듭나기 위한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고 최근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히타치는 지난 1월 15일 도쿄 북부 신코시가야역 인근 상업지구에서 정맥 패턴을 활용한 생체인식 결제 시스템 '핸드 ID'를 도입했다. 사용자는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없이 손바닥을 스캐너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도부 철도 노선 4개 역 주변의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다.
히타치의 다이스케 키요후지 식별시스템 개발 엔지니어는 "특히 고령자들이 물건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쇼핑하고 여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생체인식 결제를 통해 수집된 거래 데이터는 AI로 분석돼 소매업체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며, 도난이나 사기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4월 도부철도의 소매점인 도부점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대기 시간 단축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 처음 도입됐다. 현재 7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히타치는 일본 2위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 등과 협력해 사용자 수를 200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히타치는 생체인식 결제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블루투스 기술과 승객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핸즈프리 발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운영사는 열차 시간표를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
맥쿼리 캐피털 증권의 데미안 통 일본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히타치의 강점은 대기업으로서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인프라와 인구 노령화로 인한 효율성 요구가 히타치의 강점과 잘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히타치의 디지털 전환은 오는 4월 취임하는 도쿠나가 도시아키 신임 사장 체제에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도쿠나가는 2021년 디지털 솔루션 전문기업 글로벌로직을 96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변화를 주도해왔다.
최근 히타치는 제조업 자회사들을 매각하고 IT 서비스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프랑스 탈레스그룹의 철도 신호 사업을 2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디지털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에서는 NEC의 블루스텔러, 후지쯔의 유반스, 미쓰비시전기의 세렌디 등이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히타치는 신칸센과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