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확보해 컴퓨팅 연산 능력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가공하는 한편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 등을 모두 더하면 중국 딥시크 역시 미국 빅테크와 맞먹는 정도의 돈을 AI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딥시크 충격으로 시가총액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단 하루에만 6000억 달러가 사라졌던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를 비롯해 뉴욕 주식 시장 AI 테마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석 결과다.
5억 달러 훌쩍 웃돈다
CNBC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부문 리서치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세미어낼리시스(SA) 보고서를 인용해 딥시크의 R1 개발 비용이 5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딥시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R1 연구 결과와 성적을 공개하고, ‘공식 훈련’에 557만600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공식 훈련’ 비용은 엔비디아 그래픽반도체(GPU) 임대 비용을 토대로 추산됐다.
딥시크는 그러나 이전 연구 비용, 또 AI 모델에서 불필요한 항목을 제거하고 다듬는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I 아키텍처, 알고리즘, 데이터가공 등의 비용은 뺐다는 것이다.
SA는 딥시크가 R1을 실제로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자본이 투입됐는지는 이런 공식 훈련 비용만 따져서는 안 된다면서 회사 전체가 투입한 비용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A는 특히 AI를 훈련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가공돼야 한다면서 데이터 가공에는 ‘상당한 규모의 컴퓨터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는 미 AI 스타트업앤스로픽의 사례를 참고로 들었다.
앤스로픽은 AI 모델 ‘클로드 3.5 소넷’을 훈련하는 데 수천만달러밖에 들지 않았지만 이 AI를 개발하기 위해 아마존, 구글 등으로부터 수십억달러 자본을 유치했다는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앤스로픽이 그런 것처럼 딥시크도 R1을 개발하는 데 이 훈련비 외에상당한 돈이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A는 AI는 막대한 비용이들 수밖에 없다면서 실험도 해야 하고, 새 아키텍처도 깔아야 하는 데다 데이터를 모으고 순화하는 데 돈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들 임금도 줘야 하고, 그밖에 돈 쓸 곳이 많다고 SA는 강조했다.
SA는 딥시크의 R1이 ‘매우 훌륭한 모델’이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딥시크가 공개한 것 외에 엄청난 개발 비용이 들었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AI 무게 중심 이동 빨라지나
10년 안에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에 외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번스타인은 24일 분석노트에서 시장의 반응이 초기에는 “흥미롭다”였지만 이후 “종말의 전조”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계량분석을 토대로 AI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 공동창업자인 량원펑이 2023년에 만든 스타트업이다.
영국 딥마인드, 미국 오픈AI처럼 연구에 전념하는 곳으로 하이플라이어가 소유하고, 자금도 대고 있다.
딥시크가 인간의 추론 능력으로 무장한 범용AI(AGI) 흐름을 재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딥시크는 자사 R1이 ‘사고’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해 AI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인 AGI 시대가 예상보다 일찍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딥시크는 첨단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출 통제라는 제약으로 인해 성능 낮은 AI 반도체를 통해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면서 AI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엔비디아 반도체로 AI를 구축하는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딥시크가 증명한 것이다.
이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이 AI 테마를이끌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딥시크 성공으로 반도체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을 크게 밑돌고, 이에 따라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으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우려 속에 지난주 주가가 16% 가까이 폭락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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