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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전장서 드러난 북한군 실전 능력…서방 “광신적이지만 강력한 전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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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전장서 드러난 북한군 실전 능력…서방 “광신적이지만 강력한 전투력”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각) 온라인에 공개된 북한군이 러시아 세르게이예프카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것으로 추정된 모습. 사진=아이프레스뉴스/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각) 온라인에 공개된 북한군이 러시아 세르게이예프카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것으로 추정된 모습. 사진=아이프레스뉴스/로이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병력이 러시아군과 함께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며 예상보다 강한 전투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러시아군과 함께 대규모 돌격전을 감행하며 높은 전사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현대전 전술을 습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과 우크라이나 및 한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근거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를 벌이며 예상보다 강한 전투력을 보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이 해외 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은 러시아군과 함께 최전선에서 강도 높은 전투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및 한국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1만1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주로 북한군 정예 특수부대인 ‘제11군단(폭풍군단)’ 소속 병력으로 공작, 침투, 인프라 파괴, 암살 등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은 “북한군은 매우 강한 동기 부여를 받고 있으며 훈련 수준도 높고 용맹하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도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북한군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군율을 지키며 조직적인 전투 능력을 갖춘 병력”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예상보다 강한 전투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군은 신속한 움직임과 정확한 사격 실력을 보이며 드론을 활용한 공격에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장에서 발견된 북한군의 전투 일지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인간 파도’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술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말 “러시아와 북한 군 지도부가 이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며 무모한 돌격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군은 철저한 이념 교육을 받은 병력으로 실패가 명확한 상황에서도 돌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은 지난달 말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이 최근 3주 동안 관측되지 않았다”며 “이는 전투 손실로 인해 철수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방 군사 분석 기관인 ‘전쟁연구소(ISW)’는 북한군의 전사자 및 부상자가 이미 4000명에 달하며 현재의 전투 손실률이 유지될 경우 오는 4월까지 1만1000명 규모의 병력이 전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쟁을 통해 새로운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군사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평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마이클 매든 북한 전문가는 “북한군은 현재의 전투 경험을 통해 드론전, 포병 운용, 참호전 등의 현대전 전술을 학습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서방이 제공하는 무기 체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셉 버뮤데즈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북한군 전문가는 “북한은 오랜 기간 해외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이번 참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되찾고 있다”며 “특히 미군이 제공한 하이마스와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의 서방 무기 체계를 실전에서 분석할 기회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 전투 경험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매든은 “북한군은 가장 혹독한 방식으로 실전을 배우고 있으며 이 경험을 통해 향후 동북아에서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전쟁에 병력을 파병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 양국은 전사한 북한군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은폐하거나 불태우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