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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부유층, 트럼프 정책 기대감에 암호화폐 투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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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부유층, 트럼프 정책 기대감에 암호화폐 투자 급증

디지털 자산 운용사 시그넘 "고객 유치 2~3배 증가“
전문가들 "변동성 리스크 여전...신중한 접근 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7월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7월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싱가포르의 부유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암호화폐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트럼프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 기대감이 아시아 부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시그넘의 제럴드 고 CEO는 "트럼프 당선 이후 고객 유치율이 2~3배 증가했다"며 "싱가포르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편입하는데 더욱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시그넘은 최근 58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운용자산도 5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트랙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3억2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23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역내 핀테크 산업 전체 자금조달액이 2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그넘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싱가포르 응답자의 57%가 향후 2년 내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는 아시아 평균(47%)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싱가포르 인가 거래소 인디펜던트 리저브도 2024년 패밀리오피스 고객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스펜 디지털의 조사에서는 아시아 부유층의 76%가 디지털 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 58%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부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는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5%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했다.

전통 금융 기관들도 암호화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DBS의 패트릭 여 글로벌금융시장 암호화폐 전략거래 책임자는 "트럼프 당선 이후 자산고객들의 옵션 및 금융 상품 거래 요청이 약 20% 증가했다"며 "구조화 증권과 옵션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스크도 경고한다. RPC 프리미어로의 니콜라스 라우 아시아 지식재산권기술 책임자는 "암호화폐의 주류 수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현 가격대 투자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비트코인은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더리움은 24% 급락한 바 있는 등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 포어사이트벤처스의 포레스트 바이 공동설립자는 "부의 보존을 중시하는 아시아 부유층의 문화가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소매투자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 마케팅을 제한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전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디지털 자산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