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완 볼보 CEO "전기차 구매 보조금 불필요"...트럼프 정책과 맞물려 논란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가 정부 차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침과도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다.6일(이하 현지 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로완 CEO는 이 매체와 이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로완은 "정부는 보건과 교육 등 다른 분야에 지출할 예산이 많기 때문에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라리 충전 인프라 확충이나 세제 혜택과 같은 방식으로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더 낫다"며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로완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기차 보조금과 배출가스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행정명령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 이목을 끌고 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의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편, 로완 CEO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2025년은 매우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보는 지난해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이를 철회했다.
볼보는 2024년 4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과 마진율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10% 급락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볼보의 유럽 내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완 CEO는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지, 자체 부담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지를 이전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관세라면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기업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 SUV EX30의 미국 출시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산 전기차 100% 관세 부과로 인해 지연된 바 있다. 현재 일부 트림이 4만4900달러(약 590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볼보는 올해 상반기 중 벨기에 공장에서 EX30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로완 CEO는 "잦은 무역정책 변화가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로완 CEO의 이 같은 발언은 전기차 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의 보조금 및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생산 비용이 높고 충전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없으면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는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고 브랜드 충성도가 강해 보조금 폐지가 오히려 경쟁사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에 동의하고 있는 반면에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기업인 데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테슬라나 GM, 포드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차량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란 점에서 이처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더라도 볼보의 주요 고객층인 고소득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특히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및 생산 비용 절감 측면에서 다른 서구 제조사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