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1201618052864a01bf698f218145175167.jpg)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나라 수출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증시에서도 자동차 와 반도체 그리고 의약품 관련주가 요동치고 있다. 달러환율 국채금리 금값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등 가상 암호화폐도 흔들리고 있다.
12ㅇ리 뉴욕증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對美) 수출에서 자동차와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자동차 업계는 관세 부과 시 현지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감소가 불가피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중 대미(對美)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로 비중이 49.1%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와 산업에 중점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비중이 71.9%로 가장 커 관세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무역적자' 발언으로 관세 부과의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최근 완공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더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HMGMA(50만대)와 앨라배마공장(33만대), 조지아공장(35만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끌어올려 현지 생산량을 최대 118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이 170만대가량임을 고려하면 70%에 가까운 수치다.
여기에다 미국 대표 완성차업체인 GM의 한국 생산기지인 한국GM이 미국에 연간 41만대 가량을 수출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이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205억달러)와 HMGMA를 '관세 카드 효과의 모범사례'로 꼽은 것도 한국이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다.
반도체는 자동차에 비해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도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북미 시장 의존도가 늘어나는 추세라 국내 반도체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모리 수출액(720억달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4%(3억달러)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과 한국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들은 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조립·가공을 거쳐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의 북미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AI용 고성능 반도체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HBM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생각보다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 가동 중인 공장이 없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영하는 공장과 텍사스 테일러에 짓는 공장은 모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과 중국에서만 만든다. SK하이닉스 역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칩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을 뿐 메모리 공장은 운영하지 않는다.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 메모리 공장을 둔 마이크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관세를 물리지 않는 품목이다. 이런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정보기술(IT)·전자는 물론 자동차와 로봇 등 여러 산업의 수요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반도체엔 높은 관세율을 매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첨단 메모리를 사들이는 엔비디아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조달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도 관세 예고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국내 기업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의약품 대미 수출액은 15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바이오 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보툴리눔 톡신과 신약 등이 주요 수출 대상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올해 3분기 판매분까지 미리 재고를 쌓아두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할 만한 현지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캐나다 업체에 맡긴 완제품 제조를 미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들여다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국가에서 들여오는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자동차와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에 대해서도 부과 검토를 언급했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한국의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은 한국의 대미 수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자동차의 경우 무관세로 조달하던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뿐 아니라 미국 현지 생산도 직격을 받게 됐다. 현대차 그룹은 한국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철강·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이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량을 연간 118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던 현대차그룹으로선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2023년보다 123% 증가했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반도체 제품 역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메모리는 한국·중국에서 주로 생산한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모리 제품이 관세 영향권에 들게 되면 이를 사용하는 자동차·로봇 등 전방 산업으로까지 그 파급력이 번져나가게 된다.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공장도 대부분 해외에 있어 관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새롭게 시작한다면 이는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로 가격 교란 요인이 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를 겨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초 다수의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부과 발표를 예고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전 세계가 우려해온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연방 의회 공화당 의원들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이후 미국 조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이날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웃 나라인 멕시코·캐나다와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멕시코·캐나다에는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지만, 중국에는 추가로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언급은 중국을 상대로 시작된 미국의 관세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될 수 있는 신호탄으로 읽힐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 관련 언급을 하면서 어떤 나라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떤 품목에 대해 관세를 적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조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당시 중국 등이 미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그 나라에 동일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의 공산품 수입에 평균 3%대의 관세를 부과한다. '관세 장벽'이 매우 낮은 축에 속하는 미국이 주로 자신들보다 관세 장벽을 높게 쌓은 무역 상대국에게 '당신들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우리도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