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미 국립보건원(NIH) 청사 입구.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09070721025309a1f3094311109215171.jpg)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9일부터 NIH 연구 보조금 가운데 대학 및 연구기관의 간접비(오버헤드) 비율을 기존 26%에서 15%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약 4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의 관련 연구비 지원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NTY는 전했다.
NIH는 지난해 총 35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연구 지원금을 지급했고 이 가운데 90억 달러(약 13조 원)가 간접비로 사용됐다. 간접비는 연구시설 유지, 실험실 운영, 장비 구입, 연구 보조 인력 고용 등 연구 활동에 필수적인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인다.
데이비드 스코튼 미국 의과대학협회(AAMC) 회장은 "이번 조치로 연구 프로젝트 수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치료법 개발이 지연되고 미국의 글로벌 연구 경쟁력이 저하되며 연구 인력이 감소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도 "간접비 지원이 줄어들면 최첨단 연구 장비를 유지·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많은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국민들은 연구 중단으로 인한 의료 혁신 둔화와 신약 개발 지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정책은 기존 연구비 계약에도 소급 적용될 예정이어서 연구 기관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NIH 연구비로 운영되는 41만여개의 일자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조직 '유나이티드 포 메디컬 리서치'에 따르면 NIH 연구비는 연구 보조원, 실험실 관리자, 유해 폐기물 처리 전문가 등의 고용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현재 NIH가 가장 많이 지원하는 연구 분야는 암 연구로 NIH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항암제들은 혈액암 및 피부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 이와 함께 감염병 연구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핵심 기술인 mRNA 백신도 NIH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연구비 삭감이 “비효율적인 행정비용 감축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는 NIH 연구비의 상당 부분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며 간접비 축소를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패티 머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워싱턴주)은 "이번 조치는 미국의 바이오메디컬 연구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질병 치료 연구를 둔화시키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법 개발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NIH는 미국 전역에 2500여개의 대학, 연구소, 병원과 협력하고 있으며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약 5만건의 연구 프로젝트에 350억 달러(약 51조 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관측됐다. 노먼 샤플리스 전 NIH 국립암연구소장은 "미국 대학 법무팀들이 신속하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구 간접비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번 삭감안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