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명 자동차 정보 제공 사이트인 오토트레이더와 자동차 평가기관인 켈리블루북이 중고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를 점수로 매겨 온라인으로 공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 지역의 주요 일간지인 디트로이트프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오토트레이더와 켈리블루북은 2026년형 신규 모델부터 자동차 제조업체가 배터리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규정이 시행되기에 앞서 이같은 서비스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오토트레이더와 켈리블루북의 모기업인 콕스오토모티브의 제리 라이첼 전략기획 디렉터는 "중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배터리 성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배터리 평가 시스템은 차량의 온보드 진단 시스템(OBD)에서 직접 데이터를 가져와 분석한 것이다.
주요 정보로는 △배터리가 원래 용량 대비 얼마나 유지되는지(잔존 용량) △배터리 건강 상태 설명(예: '우수함, 신차 수준의 성능 유지') △완충 시 예상 주행거리(신차 상태와 현재 상태 비교) △예상 충전 시간 등이 포함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성능 정보를 확인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오토트레이더와 켈리블루북은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용 방식에 따라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DC 급속 충전을 80~90% 이상 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같은 배터리 관리 방식을 준수하면 배터리 수명을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배터리 상태 정보를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CARB는 2026년형 전기차부터 배터리 상태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캘리포니아주뿐만 아니라 해당 규정을 따르는 여러 주에서 사실상 전국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전기차 구매 시 주행거리와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불안감이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신차의 경우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주행거리가 차량 창문에 표시되며 자동차 제조사는 최소 8년 또는 10만마일(약 16만km)의 배터리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중고차 구매자의 경우 배터리 성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 같은 정보를 확인할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콕스오토모티브 산하의 중고차 경매 및 유통 업체인 만하임은 중고 전기차 4만6000대 이상의 배터리 상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10만6000대 이상의 중고 전기차를 딜러들에게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8% 증가한 수치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2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리스 기간을 마치고 중고차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콕스오토모티브는 밝혔다.
현재 오토트레이더와 켈리블루북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KBB.com에는 약 3만대의 중고 전기차 등록돼 있다. 라이첼 디렉터는 "앞으로 이 숫자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하임의 차량 평가 과정에는 배터리 점검이 포함되며 이 과정에서 수정된 OBD 스캐너를 활용해 배터리 데이터를 추출한다. 라이첼 디렉터는 "우리가 점검한 대부분의 배터리는 '좋음'에서 '우수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건강 점수 93 이상을 '우수'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연말까지 10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특정 차량의 배터리 상태를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