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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해외 원조 90일 동결’ 조치...전세계 인도주의 프로그램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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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해외 원조 90일 동결’ 조치...전세계 인도주의 프로그램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해외 원조가 90일간 동결되면서 기아와 질병 퇴치, 임상시험, 난민 보호 등의 전세계 인도주의 프로그램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USAID가 부패와 사기 문제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이하 현지시각)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USAID 직원 수천 명에게 해외 근무 중단을 지시하고 미국 내 본사 직원들은 무기한 행정 휴가 조치에 들어갔다. 또 USAID의 감독 권한을 국무부로 이관하는 결정도 내려졌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USAID 인력을 1만여명에서 수백명 수준으로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은 지난 7일 내린 가처분 명령을 통해 USAID 직원 2200명에 대한 행정 휴가 조치와 해외 주재 인력 철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외 원조 동결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719억 달러(약 108조2000억 원)의 재정을 해외 원조 용도로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USAID가 집행한 예산은 약 38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연방정부 예산의 1% 미만이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해외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로 원조 규모는 166억 달러(약 25조 원)였다. 이어 33억 달러(약 4조9600억 원)의 이스라엘, 18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의 에티오피아, 17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의 요르단, 15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이집트, 13억 달러(약 1조9500억 원)의 아프가니스탄 등이 주요 수혜국이었다.

그러나 이번 원조 중단 조치는 무기 지원을 포함한 일부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에 대한 군사 지원과 긴급 식량 지원 프로그램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USAID의 운영 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지출하는 모든 예산과 정책은 미국의 안전, 강대함, 번영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를 정당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닫아버려라(CLOSE IT DOWN!)"라는 글을 올리며 USAID를 강하게 비판했다.

NYT에 따르면 해외 원조 동결로 인해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81만6000명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급식소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우간다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살충제 살포와 방충망 배포가 중단됐다. 또 시리아에서는 이슬람국가(IS) 관련 수감자들이 수용된 알홀 캠프의 경비 유지 프로그램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신생아 HIV 감염 예방을 위한 약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하루 40명의 신생아가 감염 위험에 놓였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임신 예방 및 HIV 감염을 막기 위한 실리콘 링 연구가 중단됐다.

이 외에도 방글라데시와 콜롬비아 등의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실험용 신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이 의료 모니터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와 인도주의 단체들은 미국의 원조 중단이 전 세계 인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즉각적인 원조 재개를 촉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