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왼쪽)와 혼다자동차의 로고. 사진=각사](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0072949020169a1f3094311109215171.jpg)
9일(현지 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둘의 합병 논의가 결렬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닛산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얘기다.
닛산과 혼다는 지난해 말부터 합병 논의를 진행해왔다. 둘의 논의는 미국의 양대 완성차 업체인 GM과 포드의 합병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협상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혼다는 닛산의 비용 절감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닛산을 자회사로 삼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닛산은 과거 프랑스 르노와의 동맹에서 사실상 ‘종속 관계’로 취급받았던 경험이 있어 이를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닛산 입장에서는 르노와의 동맹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과 함께 최근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미래 전략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닛산의 운신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혼다의 시가총액은 약 6조6000억 엔(약 61조원), 닛산은 약 1조6000억 엔(약 14조원)으로 혼다가 약 4배 이상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장에서 혼다의 기업 가치를 닛산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닛산은 과거 스포츠카 GT-R, 240Z, 패스파인더 SUV 등으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 재정 위기를 겪으며 르노와 동맹을 맺은 이후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면서 독립적인 성장 전략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닛산은 강한 목소리를 내기가 불리한 입장이다. 혼다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하이브리드 기술력 강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닛산은 지난 1999년 르노와 제휴한 이후 경영 불안정이 지속됐고, 최근엔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며 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서다.
특히 닛산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이 혼다와 대등한 입장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시장 분석가 샘 피오라니는 야후파이낸스와 한 인터뷰에서 “닛산이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르노와의 완전한 통합을 피했고, 이에 따라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와의 합병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닛산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6200만 달러(약 8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률은 0.2% 이하로 추락하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반영했다.
혼다와 합병이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닛산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닛산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닛산이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수탁생산 기업으로 아이폰을 넘어 전기차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잇는 대만 폭스콘과의 제휴설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닛산은 전기차 리프 등으로 한때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지만 최근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닛산이 자율주행 기술, 전기차 배터리 개발 등에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