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원유 최초 구매 가격 추이. 사진=미 에너지정보청(EIA)](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0084330078099a1f3094311109215171.jpg)
하지만 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은 그 어떤 제조업 국가도 가질 수 없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발밑에 있는 '액체 금'이 다시 미국을 부유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개발이 2기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으며 생산량 확대 여부는 각 기업의 주주들이 결정하는 구조라서다.
업계에서는 현재 석유 생산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자원 관리와 주주 수익 보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단순한 정치적 구호만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원유 및 가스 생산국이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향후 생산 증가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셰일오일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추 가능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는 신규 투자보다 기존 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주주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매튜 번스타인 선임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문지 포춘과 인터뷰에서 "에너지 업계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백악관이 친(親)석유·가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업계의 전략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여전히 주주 이익과 자본 절약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바꿀 만한 요인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 우드맥킨지의 로버트 클라크 부사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친(親)석유 정책을 펴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대규모 생산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현재 업계의 기조는 점진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수익성 유지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보유국'이라는 표현도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미국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320억 배럴이며, 확인 및 추정 매장량까지 포함하면 440억 배럴에 달한다. 전체 가채(採採) 가능량을 고려하더라도 1560억 배럴로 추정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확인된 매장량이 1060억 배럴, 확인 및 추정 매장량이 1770억 배럴, 전체 가채 가능량은 2470억 배럴로 추정된다. 러시아도 각각 580억 배럴, 930억 배럴, 1430억 배럴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미국이 생산량에서는 세계 1위지만 보유 매장량으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보다 적은 수준이란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석유 생산을 확대하려면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를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존 유정의 소규모 확장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재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있다.
특히 연방정부 소유의 공공 토지를 추가로 개방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클라크 부사장은 "일부 연방정부 소유 지역은 경쟁력이 높은 매장지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해 민간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업들은 기존의 생산 계획을 단순히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공공 토지에서 석유를 생산한다 해도 기존 사업 영역을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며 "결국 전체적인 생산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석유 기업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변화를 고려하기보다 10년, 20년, 3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번스타인은 "석유 기업들이 내리는 결정은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며, 특정 행정부의 정책 변화만으로 전략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