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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1센트 동전 폐지 강행…절감 효과 vs. 니켈 비용 증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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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1센트 동전 폐지 강행…절감 효과 vs. 니켈 비용 증가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 지출 절감을 이유로 1센트 동전(페니)의 주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오히려 5센트 동전(니켈)의 생산 증가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전반적인 예산 감축 계획과 맞물려 있으며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세 연장을 포함한 추가 감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CNN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 절감에 기여할지 아니면 니켈 생산 증가로 인해 새로운 비용 부담을 초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1센트 동전을 만들어왔지만 생산 비용이 액면가를 초과하는 낭비적인 정책이었다"며 "우리 예산에서 낭비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조폐국에 따르면 현재 페니 1개당 제작 비용은 3.7센트(약 43원)로 액면가(1센트)의 3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매년 4억5400만 달러(약 6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 절감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재정 구조조정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트럼프는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세 조치를 연장하고 팁·초과근무 수당·사회보장연금(SSA) 소득세 면제 등 추가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최소 4조달러(약 5810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 지출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페니 폐지가 오히려 정부의 추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CNN은 "페니가 사라지면 소액 거래에서 5센트 동전(니켈)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니켈의 생산 비용이 페니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 조폐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니켈 1개당 생산 비용은 13.8센트(약 188원)로 액면가(5센트)의 거의 3배에 달한다. 특히 니켈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문제로 지적된다. 니켈은 75%의 구리와 25%의 니켈로 제작되며 구리와 니켈 가격은 지난 10년 사이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반면, 페니는 97.5%의 아연과 2.5%의 구리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덜하다.

마크 웰러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 사무총장은 "페니가 사라지면 소액 거래에서 니켈 사용량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과거 페니를 폐지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최저 단위 동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 조폐국은 지난해 32억개의 페니를 생산했지만, 니켈은 단 2억200만개만 생산했다. 조폐국은 니켈의 높은 제작 비용을 이유로 최근 2년간 생산량을 86%나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페니가 사라지면 니켈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결국 정부 지출 절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페니 폐지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손실보다 거래 효율성 증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편의점협회(NACS)의 제프 레너드 대변인은 "편의점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제 속도"라며 "페니를 없애면 현금 결제 시간이 단축될 것이고 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액 거래는 자연스럽게 니켈 단위로 반올림되면서 결제 과정이 단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니를 폐지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2012년 페니 생산을 중단하고 2013년부터 공식적으로 유통을 금지했으며, 호주(1992년), 뉴질랜드(1989년), 스웨덴(1972년) 등도 최저 단위 동전을 폐지한 바 있다.

반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페니 폐지가 소액 거래에서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고객들이 페니를 거스름돈으로 받으면 이를 잘 사용하지 않고 그냥 남겨두는 경향이 있다"며 "니켈 역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조폐국에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할 권한은 있지만 유통 중인 페니를 완전히 폐지하려면 의회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페니 생산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이미 유통 중인 페니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