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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전면 관세로 美 소규모 양조업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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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전면 관세로 美 소규모 양조업계 ‘직격탄’

미국 수제 맥주 양조장 톤 브루잉의 수제 맥주. 사진=스톤 브루잉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수제 맥주 양조장 톤 브루잉의 수제 맥주. 사진=스톤 브루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최근 서명하면서 미국의 소규모 양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미국의 크래프트(수제) 맥주 업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운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맥주 캔과 저장 탱크 등 핵심 재료인 알루미늄과 철강 가격이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양조업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며 CNN은 이같이 전했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당시 탭룸(양조장 내 술집)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캔과 병 등 포장 용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2018년 1기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됐다.
소비자들의 음주 트렌드 변화로 맥주보다 다른 주류가 인기를 끌면서 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폐업한 크래프트 맥주 업체가 신규 업체 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에 위치한 앰허스트 브루잉 컴퍼니의 케일럽 힐리아디스 수석 브루마스터인 CNN과 인터뷰에서 "소규모 크래프트 양조업체들에게 캔은 필수적인 요소"라며 "알루미늄 캔 가격이 더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맥주 업계 이익단체인 브루어스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올초 현재 맥주 캔이 크래프트 맥주 포장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달한다. 상당수 캔이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고 철강의 경우에도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 수입량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가 이번에 내린 조치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루어스 어소시에이션의 연방정부 담당 이사인 케이티 마리식은 “25% 관세 부과는 전 세계 알루미늄 가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맥주 캔과 스테인리스 저장 탱크, 양조장 시설 및 건축 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18년 도입된 관세 정책이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을 초래한 전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산 알루미늄이 면제됐음에도 미국 내 철강 및 알루미늄 가격은 상승했다.

시카고에 위치한 스파이트풀 브루잉의 제이슨 클라인 공동 창업자는 "2018년 당시 미국산 캔을 구매했음에도 가격이 3%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공급망 전체에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산 캔을 직접 구매하려 해도 소규모 업체들은 대형 제조업체의 최소 주문량을 맞추기 어려워 중개업체를 통해 캐나다산 캔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석 기관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생산자 가격을 15~20%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연간 80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됐다.

매사추세츠 브루어스 길드의 케이티 스틴촌 이사는 "특히 소규모 양조업체들은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할 여력이 없어 대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유지될 경우 맥주 소비자 가격 상승과 양조업체 수익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 감소 및 폐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앰허스트 브루잉 컴퍼니의 힐리아디스는 "소규모 양조업자들은 이미 가격을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번 조치는 독립 양조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소규모 양조장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