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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법원 권한 무시로 ‘헌정 위기’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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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법원 권한 무시로 ‘헌정 위기’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이어 헌법적 논란을 일으키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미국 내에서 삼권분립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이면서 ‘헌정 위기’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각)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권력 분립의 원칙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며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조치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려는 행정명령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효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연방 법원은 즉각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판결을 무시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며 ‘관료제 개혁’을 추진했고 특정 정부 기관의 예산 집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부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또 특정 정부 직원에게 수백만 명의 미국인 금융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시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연방 법원이 제동을 걸고 있지만 대통령이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서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하급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는 결국 연방 대법원의 권위마저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 연방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에서의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공화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견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헌법적 의무가 있지만 현재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정 조치가 법원의 제재를 받더라도 결국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행정부라는 점에서 법원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NYT는 “연방 법원의 판결이 대통령에 의해 무시될 경우 미국의 법치주의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대법원까지 나서서 이러한 위헌적 시도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헌정 질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트럼프 대 미국(Trump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 미국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중요한 판례로, 대법원은 대통령의 공식 업무와 관련된 행위는 일정 부분 면책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고 해석하며 법원의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존 로버츠 미 연방 대법원장은 지난해 말 연례 보고서에서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NYT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순간 미국의 헌법 질서는 무너지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법치국가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