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밀레이 대통령이 리브라 홍보에 관여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마리아 세르비니 판사를 담당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앞서 현지 변호사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리브라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논란이 된 가상화폐 리브라는 KIP 프로토콜과 헤이든 데이비스가 개발한 코인으로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X를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제 성장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밀레이 대통령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자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금융 정보 사이트 덱스크리너에 따르면 당시 코인의 시가총액은 4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17일 낸 성명에서 "대통령은 가상화폐 개발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입하지 않았으며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추가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또 대통령실은 "밀레이 대통령이 평소와 같이 기업가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뿐이며 특정 가상화폐를 홍보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야당은 밀레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지 정치 분석 기관인 와이즈 캐피털은 "이번 사건은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신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리브라가 사실상 사기성 프로젝트로 낙인찍히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은 18일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토도 노티시아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숨길 것이 없으며 필요한 경우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 공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기 의혹은 아르헨티나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피해 투자자들은 미국 법원에도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밀레이 대통령이 KIP 프로토콜 대표단과 최근 대통령궁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해당 회동은 아르헨티나의 투자 유치를 위한 일반적인 만남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