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영 전문지 포춘은 최근 10년간 CFO에서 CEO로 이동하는 경로가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포춘 500대 기업 CEO의 7.1%가 CFO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3년 5.3%에서 상승한 수치다.
기업의 재무 책임을 맡았던 CFO들이 CEO로 승진하는 흐름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CFO의 역할과 CEO의 역할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리더십 전환이 반드시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포춘은 전했다.
FPC 내셔널의 제프 헤르조그 대표는 "전통적으로 CFO는 숫자에 기반한 명확한 판단을 요구받는 반면, CEO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적인 CEO는 모호한 상황에서도 적응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CFO 출신들은 재무적 분석에 치중해 이런 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RHR 인터내셔널의 최고상업책임자(CCO)인 조안나 스타렉은 "상당수 CFO들이 CEO와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기 때문에 CEO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성장을 책임지는 부담을 경험한 적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CFO 출신 CEO들은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인재 컨설팅 회사인 보이든의 캐시 패틸로 매니징 파트너는 "CFO 출신 CEO 중 상당수는 성격적으로 외향적이지 않고 대중을 사로잡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자질은 학습을 통해 습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춘에 따르면 실제로 CFO 출신 CEO들이 재무적 안정성은 확보하지만 매출 성장을 빠르게 이끄는 데는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스펜서 스튜어트의 조사 결과 CFO 출신 CEO 중 8%만이 기업을 업계 최상위 성과 그룹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내부의 다른 부서에서 발탁된 CEO나 사업부 책임자 출신 CEO들은 훨씬 높은 성과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었다.
산업별 특성도 CFO 출신 CEO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 에너지, 소비재 및 서비스 업종에서는 CFO 출신 CEO가 상대적으로 많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혁신과 모험이 중요한 기술 및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CFO 출신 CEO의 성공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같은 사례 중 하나가 인텔의 전 CFO이자 CEO를 역임한 밥 스완이다. 그는 CFO로서 뛰어난 재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CEO로서는 혁신적인 비전과 시장 변화 대응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