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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계, 'AI 자율운항 선박' 세계 시장 선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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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계, 'AI 자율운항 선박' 세계 시장 선점 나서

'선박용 AI 운항시스템'으로 뜨는 블루오션...美 해군까지 눈독
전문가 "설계부터 AI 고려한 韓 기술력이 강점...글로벌 표준화 선도 기대"
삼성중공업 자율주행선박이 거제도 근처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중공업 자율주행선박이 거제도 근처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한국 조선업계가 AI 기반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 강국의 기술력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해군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군용 선박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1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거제도에서 AI 탑재 선박의 성공적인 시험 운항을 마쳤다. 길이 12m의 쌍동선으로, 음성 명령만으로 항로를 따라 운항이 가능하다. 육상 관제센터에서 선상 카메라로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격 제어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더 주목할 만한 성과는 실제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대양 항해다. 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한 컨테이너선이 남중국해에서 1500km 무인 항해에 성공했다. 이는 실제 해상 조건에서 자율운항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한 사례다.

HD현대는 더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올해 부산 수상택시에 자율운항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AI가 최적 항로를 설정하고, 3D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정확한 접안까지 가능하다.
유럽과 일본도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 중이지만, 한국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은 설계 단계부터 자율운항을 고려할 수 있어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특히 AI 시스템이 숙련 항해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상황별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날씨와 프로펠러 부하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 1월 자율운항선박법을 제정해 실증 실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 해군의 한국 조선소 선박 정비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군용 선박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선원 부족 문제 해결과 해상 안전 강화를 위해 자율운항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이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주도한다면 새로운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운항 선박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전성 검증과 국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이버 보안과 책임 소재 등 법적·제도적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은 단순한 무인화가 아닌 선박 운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