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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25% 자동차 관세' 예고…한국 자동차 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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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25% 자동차 관세' 예고…한국 자동차 업계 비상


2024년 기준 미국의 주요 자동차 수입국. 사진=미 인구조사국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기준 미국의 주요 자동차 수입국. 사진=미 인구조사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25%에 달하는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9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입차 관세는 25% 정도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길 시간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같은 계획은 미국의 9180억 달러(약 1322조원) 규모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서도 25%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의 무역 규제를 기준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 계획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국 완성차 업계는 생산 전략과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차량을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 중 40%가량이 한국에서 수출된 차량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인상 압박과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혼다의 아오야마 신지 부사장은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 역시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며 국내 부평·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대미 수출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GM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41만8782대를 수출했으며 이는 전체 생산량의 90%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 초까지 연방 기관에 상호관세 적용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으며 이 기간 동안 기업들에는 생산 거점 이전을 위한 유예 기간이 주어질 예정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면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며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산 차량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약 78만 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46만 대가 현지 생산된 차량이었다. 기아는 69만 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40만 대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조립됐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차량이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유럽과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도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일본 토요타와 혼다 역시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급 브랜드들은 여전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큰 타격이 예상된다. 페라리와 포르쉐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25%를 차지했지만 이들 차량은 모두 유럽에서 생산돼 수입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