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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정치적 입장 차이로 ‘브랜드 불매 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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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정치적 입장 차이로 ‘브랜드 불매 운동’ 확산

월마트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월마트 매장. 사진=로이터
최근 들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상반되는 기업들의 제품 구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이하 현지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해리스폴이 미국 성인 210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가 "정치적 입장이 다른 브랜드에서 쇼핑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인종, 정치적 성향, 세대에 따라 불매 운동의 참여 비율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45%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맞지 않는 브랜드에서 쇼핑을 중단했다고 응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34%가 이를 실천했다고 밝혔다.

또 흑인 소비자들은 50%, Z세대는 41%가 비슷한 이유로 쇼핑을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백인 소비자들은 35%,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41%가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해리스폴의 존 거르제마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정치적 입장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마치 '정신 건강 휴식'을 취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들 가운데 24%는 자신이 자주 가던 가게들의 정치적 입장에 반발해 쇼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흑인 소비자들(35%)과 Z세대(32%)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45%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최근 몇 달 간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 맞는 브랜드로 소비를 집중했다는 응답을 한 반면에 공화당 지지자는 42%가 같은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을 더 잘 반영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정치적 논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정치적 압박을 받아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수정하거나 이를 철회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체인 타겟은 LGBTQ+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수를 줄였고 디즈니와 구글은 DEI 프로그램을 재조정했다.

그동안 보수 진영은 '진보적' 기업들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여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버드라이트(Bud Light)'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딜런 멀베니에게 마케팅 패키지를 보내면서 보수 진영의 대규모 보이콧을 촉발했다. 또 타겟은 LGBTQ+ 관련 제품에 대해 보수 진영의 반발을 받으며 일부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했다. 이같은 정치적 갈등은 기업들이 DEI 정책을 재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정치적 논란에 굴하지 않고 자사의 DEI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과 코스트코 등은 DEI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소수 민족 기업들은 '의도적 소비'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반영하는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