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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 원유 가격, 중국·인도 수요 증가로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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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 원유 가격, 중국·인도 수요 증가로 강세

미국의 러시아 제재 강화로 아시아 주요국 중동산 원유 수입 확대
OPEC+ 감산 완화 앞두고 공급 증가 전망에 가격 하락 우려도
사우디 아람코는 아시아행 원유의 3월 선적에 대한 조정 수수료를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 아람코는 아시아행 원유의 3월 선적에 대한 조정 수수료를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다. 사진=로이터
중동산 원유 가격이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로 두 나라가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재로 중동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다.

20일(현지시각) 닛케이 밸류 서치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의 기준유가인 두바이 크루드오일의 현물 가격은 20일 기준 배럴당 78달러를 기록, 2024년 말 대비 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의 기준유가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2% 상승에 그쳤다.

중동산 원유의 가격 강세는 아시아 시장의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지난 1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제한되자, 두 나라는 대체 공급원으로 중동산 원유를 선택했다.

유럽 리서치 기업 Kpler에 따르면,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1월 대중국·인도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2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이는 전월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체 수출량 중 중국과 인도向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2024년 1월의 33%에서 상승했다.
중국의 중동산 원유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이 2월 10일 미국산 원유에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다. Kpler의 쉬 무위 선임 석유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 해상 수입량의 2% 미만으로 적지만, 정유사들은 이를 대체할 원유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같은 아시아 수요 증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는 3월 선적분 아시아向 원유의 조정 수수료를 약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는 4월부터 일부 참가국의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일본 금속에너지안보기구의 노가미 타카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강한 수요가 감산 축소 결정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산 축소는 원유 가격 하락 요인이 되겠지만, OPEC+는 판매량이 확보된다면 원유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세 차례나 연기된 감산 축소 결정의 배경에는 시장 점유율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으나, 당시는 아시아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었다.

2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OPEC+가 계획대로 감산을 완화할 경우 원유 가격은 추가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