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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틴토, 트럼프 알루미늄 관세에 '시장 다변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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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틴토, 트럼프 알루미늄 관세에 '시장 다변화' 전략

유럽·아시아 등 대체 시장 물색…"관세는 결국 소비자 부담될 것"
미국 구리 사업 확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나서
2023년 3월 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PDAC(Prospectors and Developers Association of Canada) 연례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광산 그룹 부스 위에 '리오 틴토'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PDAC(Prospectors and Developers Association of Canada) 연례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광산 그룹 부스 위에 '리오 틴토'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최대 외국산 알루미늄 수입업체인 리오 틴토(Rio Tint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알루미늄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유럽과 아시아 등 대체 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속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야콥 스타우스홀름(Jakob Stausholm) 리오 틴토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판매 경로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대체 시장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리오 틴토는 전체 매출의 약 17%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어 관세 부과 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의회 의원들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비즈니스위원회(Business Council)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행정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며 "관세는 정책 수단일 뿐이며, 리오 틴토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알루미늄 소비량의 85%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이 중 70%는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리오 틴토는 캐나다의 대미(對美) 알루미늄 수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는 호주에서도 미국으로 공급하고 있다.

리오 틴토는 2024 회계연도에서 연간 순이익이 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호주 알루미나 정제소 자산 감액 비용이 전년 대비 줄어들고 일부 자산 매각이 진행된 덕분이다. 그러나 철강 원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기본 수익은 2023년 대비 7.6%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배당금도 삭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캐나다 등 동맹국에 적용했던 예외 조항을 폐지하고 글로벌 관세를 전면 재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조치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호무역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결국 관세를 지불하는 것은 고객"이라며, "캐나다산 금속 가격이 폭등할 경우 미국 구매자들이 중국과 중동 등지에서 알루미늄 수입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조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코카콜라(Coca-Cola)는 미국 내 음료 캔에 캐나다산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는데, "관세가 도입되면 음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오 틴토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사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철광석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원자재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지난해 철광석 가격 하락의 영향이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일부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 내 구리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유타주 케네컷(Kennecott) 광산에서 구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제련소 재건과 지하 광산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한 애리조나주의 '구리 삼각지대(Copper Triangle)'에서는 대형 지하 광산 프로젝트인 '레졸루션(Resolution)'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미국의 구리 수요 중 약 25%를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32(South32)의 CEO 그레이엄 커(Graham Kerr)는 "설령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미국에서 새로운 알루미늄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미국의 알루미늄 산업이 부활하려면 장기간 저렴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세 정책과 관계없이 미국 내 구리 사업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