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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예외주의’ 퇴색...“유럽 주식이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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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예외주의’ 퇴색...“유럽 주식이 더 빛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유럽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최소한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주식시장의 벤치마크인 스톡스600 지수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1월 17일 이후 5.6%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2%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FT는 트럼프의 취임 이후 유럽의 지수가 예상외로 강세를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즉각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전망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EU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조치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Russell Investments)의 앤드루 피스 최고 투자 전략가는 유럽 주식의 강세에 대해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무역 전쟁의 위협이 실제 영향보다 더 컸다"면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지난 1년간 은행 대출 증가세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유럽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이며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주식시장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BofA의 엘리야스 갈루 선임 투자 전략가는 1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면서 "다만 미국 예외주의 테마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려면, 로테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기술주의 랠리가 미국 증시 전반의 강세를 주도한 가운데 유럽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무역 전쟁이 가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유럽 주식의 부진한 흐름이 더 심화하기도 했다.

FT는 "유럽 주요 경제국의 경기 침체 신호와 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 가능성에 따른 유럽의 장기적인 안보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럽 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다니엘 모리스 전략가는 "올해 초만 해도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가 아니었다"면서 "이번 강세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유럽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초부터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유럽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이번 주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응답자들의 비율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의 정부 지출 증가 전망에 힘입어 특히 금융과 방산업체 및 명품 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유럽뿐만 아니라 올해 홍콩과 중국 및 멕시코 등 미국 이외 지역의 주요국 지수들이 S&P500 지수 상승률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홍콩 항셍 지수는 1월 20일 이후 15% 상승하며 트럼프 취임 이후 가장 인상적인 랠리를 펼쳤다. 딥시크의 부상 이후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들의 랠리가 항셍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FT는 다만 유럽 증시의 견고한 흐름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단순히 연기된 것이지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한 이후, 유럽산 수입품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제약, 반도체 부문에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뒤 유럽 증시는 19일 거래에서는 하락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